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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지식, 팁/경제

무기명 채권, 용도와 발행 이유 ( 그리고 부동산 전망)

by the whole man 2020. 4. 5.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재난기본수당지급이나 회사채 매입 등 정부에서 돈을 써야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여당 중심으로 얘기가 나오는 것이 무기명 채권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무기명 채권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보였는데요.
https://www.sedaily.com/NewsView/1Z1BHHXUX1 

안철수, '무기명 채권, 이건 정말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국토 400km 종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부터 매일 ‘국난극복’, ‘스마트팜과 스타트업을 통한 기술과 혁신’, ‘지..

www.sedaily.com

이번 포스트에서는 무기명 채권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무기명 채권에 대해 알아보자

 

 

 

 

 


무기명 채권이란?

 무기명 채권이란 말 그대로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채권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돈을 달라고 요구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 누군지 명확히 표시되지 않은 채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기명 채권에는 채무자와 만기 때 받을 금액만 표기돼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의 권리를 누군가에게 양도하고 싶으면 별도의 절차 없이 그냥 해당 채권을 주면 됩니다.


 무기명 채권과 비슷한 예로 문화상품권을 들 수 있습니다. 문화상품권에는 얼마짜리인지 금액만 적혀있지, 이 문화상품권을 쓸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이나 정보가 전혀 적혀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가 5만원 짜리 문화상품권을 친구한테 주면, 그 친구는 그 문화상품권을 그냥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쓰는 문화상품권의 출처, 즉 친구가 어디서 받았는지는 전혀 추적이 불가능하겠지요.

 이와같이 무기명채권은 추적이 불가능한 돈, 즉, 꼬리표가 없는 돈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금융실명제를 실시함으로써 모든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IMF위기를 맞으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최초로 무기명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이때 이후로는 무기명 채권은 발행된적이 없습니다.)


 당시 발행된 무기명 채권의 종류는 세 가지입니다. 고용안정채권(근로복지공단 발행), 증권금융채권(한국증권금융),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중소기업진흥공단)였습니다. 


 증권업계 구조조정이나 채권인수대금 등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된 증권금융채권이 2조원 규모로 가장 많이 발행됐으며,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1조원, 고용안정채권 8700억원 등 총 3조8700억원가량이 풀렸습니다. 이 외에 2004년부터 사실상 기명채권이 된 국민주택채권 등 범위를 넓혀 잡으면 무려 200조원어치가 발행됐다고 봐야한다고 하네요.


 이때 발행된 무기명 채권의 만기는 5년에, 이자율은 6%정도였습니다. 당시 금리가 10~2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6%는 매우 적은 이자인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무기명 채권은 불티나게 팔렸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기명 채권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알아보도록 하죠.

 

 

무기명 채권

 

 


무기명 채권의 용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무기명 채권의 핵심은 익명성입니다. 이는 무기명 채권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무기명 채권의 단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하나하나 알아보겠습니다.

1) 비자금 은닉, 탈세의 수단
 무기명 채권의 가장 강력한 점은 돈의 꼬리표를 뗼 수 있다는 점입니다. IMF 당시 발행된 무기명 채권은 매입자금의 자금 출처에 대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회수되지 않은 채권이 꽤 있다고들 하죠. 금융실명법 제 9조를 봐도 특정채권에 대해서는 출처를 묻지 않는다고 적혀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비자금, 불법정치자금이나 탈세에 무기명채권이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무기명 채권은 꼬리표를 뗄 수 있다. '특정채권'은 무기명채권을 의미한다.
무기명 채권으로 돈세탁이 가능하다고?

 

2) 증여, 상속세 면제 효과
 무기명채권을 구입하여 자녀에게 물려주면 상속·증여세를 안 낼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자금 출처를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0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증여할 경우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무기명채권으로 넘겨주면 세금을 전혀 안내도 됩니다. 아래 기사를 살펴보면 왜 증여, 상속에 무기명 채권이 매력적인 옵션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무기명 채권은 증여, 상속에 매력적인 수단이다
무기명 채권

 


비자금 용도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를 참고하면 더욱 이해가 됩니다.

 

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13/06/495200/

 

www.mk.co.kr


그럼 왜 무기명 채권 발행을 하자는 걸까

 글의 서두에서 무기명 채권 발행 이유가 재원마련이라고 썼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돈이 필요하다고 무작정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기축통화가 아니기에 그런식으로 하다가는 원화가치가 급락하기 때문이죠. 그럼 왜 무기명 채권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될까요? 정부 입장에서 무기명 채권 발행의 장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무기명 채권 발행은 재원마련에 유리하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무기명 채권의 매력 때문입니다. 익명성이라는 강력한 특성이 있기에 이자율이 아주 낮아도,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를 제시해도 무기명 채권을 사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무기명채권을 발행하면 이자를 거의 안내고 또는 심지어 돈을 더 받으면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무기명 채권은 지하경제를 양성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회수되지 못한 5만원권이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무기명 채권이 발행되면 이와 같이 잠들어 있던 돈이 시중으로 풀리게 되는 것입니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아마 무기명 채권 발행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전에 야당에서 나온 개인용 국채 발행에 대한 의견도 이와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http://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80624

"무기명채권이 뭐길래"…개인용국채 발행 두고 채권시장 설왕설래 -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정치권에서 제기된 '무기명 채권' 등 개인 국채 발행 주장이 서울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부분 참가자의 견해지만, 미래통합...

news.einfomax.co.kr

 


무기명 채권 발행 가능성과 부동산

 무기명 채권이 발행이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기명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 경제가 심각하다는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현재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 자체가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반영합니다. 돈세탁이 가능하다는 무기명 채권의 뚜렷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명 채권을 발행하자고 한다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겠지요. 발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르지만 관련 뉴스를 통해 현실에 경각심은 가져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무기명 채권이 발행된다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석가머니라는 유튜버가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pnuetau69so?t=341

제 나름대로 간단히 정리한 것은,

1)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 의견: 아파트 매도를 한 뒤 무기명 채권을 구입. 구입한 무기명 채권을 자녀에게 주면, 자녀가 다시 무기명 채권을 팔아서 그 돈으로 아파트를 산다. 즉, 무기명 채권을 구입하기 위해 매도한 아파트 물량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가격 하락을 일으킨다. 하지만 과도한 양도세, 자금 출처에 대한 법적 충돌 ( 아파트 구매시 자금 출처조사 vs 금융실명법에 의한 자금 출처 묻지 않음) 등에 의해 무기명 채권을 현금화한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긴 쉽지 않다.

2)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 의견: 무기명 채권을 구입할 정도면 현금 부자일텐데, 이들이 무기명 채권을 현금화해서 구입하는 아파트는 일반적인 시세에 영향을 줄 주택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

따라서 무기명 채권과 부동산가격은 미미하다.

저의 입장에서는 상승 가능성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무기명 채권으로 인해 아파트 매도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저 유튜버의 설명이 꽤 공감이 됐습니다. 꼬리표 없이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과연 무기명 채권발행이 필요할까요?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이번 포스트는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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